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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혼의 사랑
아침에 아내와 다투고 나온 게
영~ 불편해서 맨 정신으로
집에 들어가기가 좀 그렇더군요.
그런데, 그날따라
술 한잔 하지 않은 친구도 없고,
어디 특별히 갈 곳도,
누굴 만날 사람도 없어서
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고 있었죠.
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
골목길을 걷고 있는데
제 앞에서 한 할아버지
한 분이 오고 계시더군요.
그런데 갑자기 뒤를 돌아
어디론가 손을 들어 흔드시며
소리치셨습니다.
밥 꼭 챙겨 먹으라고,
다른 거 말고 꼭 밥이어야 한다고
도대체 누구한테 하시는 소린가?
할아버지가 손을 흔드는
방향을 따라 그곳을 봤죠.
그랬더니 장독대 위에 서 계신
한 할머니가 보였습니다.
함께 손을 흔드시면서 말이죠.
걱정 마시오
당신이나 잘 다녀와요
경비 서다가 졸지 말고
봐서 야참 들고 갈게요.
순간 그 모습을 보
아침에 아내에게 버럭
화를 내고 나왔던 게
너무나 미안해지더군요
한때 우리도 백년해로 하자며
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었는데
사소한 일로 다투고,
서로에게 상처 준 우리 부부가,
할머니 할아버지의 아름다운
황혼의 사랑 앞에
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.
집에 들어가자마자
저녁을 차리고 있던 아내를
뒤에서 꼭 안아줬습니다.
여보 나 같은 남자랑
살기 힘들지?
고마워 그리고 사랑해
익숙함에,
자신이 사랑하는
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게
함부로 대하지는 않나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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