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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성을 이야기하는 시간

황혼의 사랑

by 유감독 2024. 5. 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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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혼의 사랑

 

아침에 아내와 다투고 나온 게

영~ 불편해서 맨 정신으로

집에 들어가기가 좀 그렇더군요.

 

 

 

그런데, 그날따라

술 한잔 하지 않은 친구도 없고,

어디 특별히 갈 곳도,

누굴 만날 사람도 없어서

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고 있었죠.

 

 

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

골목길을 걷고 있는데

제 앞에서 한 할아버지

한 분이 오고 계시더군요.

 

 

 

그런데 갑자기 뒤를 돌아

어디론가 손을 들어 흔드시며

소리치셨습니다.

 

 

 

밥 꼭 챙겨 먹으라고,

다른 거 말고 꼭 밥이어야 한다고

도대체 누구한테 하시는 소린가?

할아버지가 손을 흔드는

방향을 따라 그곳을 봤죠.

 

 

 

그랬더니 장독대 위에 서 계신

한 할머니가 보였습니다.

함께 손을 흔드시면서 말이죠.

 

 

걱정 마시오

당신이나 잘 다녀와요

경비 서다가 졸지 말고

봐서 야참 들고 갈게요.

 

 

 

순간 그 모습을 보

아침에 아내에게 버럭

화를 내고 나왔던 게

너무나 미안해지더군요

 

 

 

한때 우리도 백년해로 하자며

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었는데

사소한 일로 다투고,

서로에게 상처 준 우리 부부가,

 

 

 

할머니 할아버지의 아름다운

황혼의 사랑 앞에

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.

 

 

 

집에 들어가자마자

저녁을 차리고 있던 아내를

뒤에서 꼭 안아줬습니다.

 

 

 

여보 나 같은 남자랑 

살기 힘들지?

 

고마워 그리고 사랑해

 

 

 

익숙함에,

자신이 사랑하는

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게

함부로 대하지는 않나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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